세계가 멸망하기까지 앞으로 15일. 여신은 그 사실을 예견하고 [당신]이라는 존재를 만든다. 수호신 토템과 함께 당신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원인을 찾아내고 세계를 지키기 위해 15일간의 여행을 떠나게 된다.
시스템은 우선 시간 경과 요소가 특징이다. 필드를 1발 걸을 때마다 1분이니 경과하거나 여관에서 휴식을 취할 시 일정량 회복마다 10분을 요한다. 앞으로 15일이면 끝나는 세계니 정처없이 걷거나 한가로이 자고 있을 틈이 없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며칠 동안 세계를 돌아다니는 여행자나 수리에 며칠을 필요로 하는 다리가 있는 등 시간의 경과와 얽힌 이벤트도 여럿 준비되어 있다. 처음 플레이 땐 타이밍이 안 맞아 놓치는 일도 많을 것이다.
전투 시스템에서도 공격, 방어 등 외에 WILL 이라고 하는 오리지널 시스템이 존재한다. 쓰는 사람의 힘을 해당 턴만 급격하게 증대시키는 것이니 공격이라면 평소 이상의 데미지를 줄 수 있고 방어라면 철벽방어가 된다. WILL의 사용은 하루 5회까지라는 제한이 있으나 위험한 전황을 역전시키는 것 뿐 아니라 현재 힘으로는 당해내지 못할 강적도 사용법 나름대로 쓰러뜨리는게 가능하므로 귀중한 시간을 절약하는 걸로 이어진다. WILL을 잘 다루는 것이 공략의 큰 포인트다.
당신의 행동에 따라 구원받을 사람과 그렇지 않는 사람이 생긴다. 세계의 모든 걸 구하는 영웅이 되어도 좋고 상대에게 어떤 배경이 있다고 한들 가차없이 쓰러뜨려 포악해지는 것도 좋다. 특정 행동으로 동료가 될 수 있는 사람이나 처음 고른 성별과 토템에 따라 변하는 대사, 이벤트 등 1회 플레이로는 모든 걸 아는게 불가능하나 회차 플레이로 이어지는 S.EXP라는 경험치 시스템 덕에 몇번이라도 쾌적하게 즐길 수 있는게 가능하다.
저명한 정신과 의사 시안에게 들어온 [기억을 찾아달라]는 의뢰. 자신을 B.D라 부르는 앞이 보이지 않는 소녀는 시안의 도움을 받으며 자신의 기억을 찾는다. B.D의 의미. 소녀가 기억을 잃은 원인은...
본작은 전투나 장비 요소가 전혀 없다. B.D가 유일하게 기억하는 [붉은 색]에서 하나씩 기억을 끌어올려가는 것이다. 기억 속에서 계기가 되는 것. 가령 [붉은 색]을 조사하는 걸로 그 기억과 관련된 장면이 시작된다. 장면 안에는 흰 선으로 둘러싸인 개체가 있고 그 공백 부분을 조사함으로 거기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하나씩 떠올려가는 것이다. 그것은 혈흔이거나 혹은 테이블이거나 아직 기억나지 않는 뭔가가 있다. 다른 기억으로 이동하거나 이따금 떨어진 [기억의 단편]으로 기억의 공백을 메꿔가는 걸 반복하면서 B.D의 몸에 일어난 일을 밝혀나가는 상당히 개성적인 게임이다.
B.D의 정신력에는 한계가 있어 [씬] 속에서 행동할때마다 소모된다. 화면 오른쪽 미터가 제로가 될 경우 기억찾기는 중단되며 장소는 시안의 사무실로 돌아온다. 기억의 단편은 공백을 메꿔줄 뿐 아니라 그녀의 정신도 강화시킨다. 기억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 기억의 단편을 찾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야기의 무대는 거의 대부분 B.D의 기억 속이지만 그 상황은 그녀의 방 안, 누군가의 무덤, 누군가의 집, 도서관 등 다양하다. 수수께끼의 베일이 조금씩 벗겨지고 단편이 이어져가는 전개는 마치 고급 미스테리 소설을 읽는 듯 하다. BGM과 SE도 몰입감을 높여준다.
해바라기 유치원 상급생이 된지 얼마안된 소년 제논. 그가 사는 모토마치 타운에서는 특촬히어로 [X레인저]가 지금 대인기! 그런 TV 프로그램 캐릭터어야 할 X레인저가 최근 모토마치 타운에 있다는 소문을 듣게 된 제논은 친구인 나루미랑 같이 X레인저를 쫓아나선다. 이렇게 1년에 걸친 대모험이 시작된다!
모험의 무대는 모토마치 타운. 그리고 또 하나의 어떤 마을. 어른한테는 동네 감각정도의 좁은 지역이지만 어린 제논한테는 굉장히 넓은 세계. 아파트나 신사, 백화점 같이 무슨 일이 없는 시설물도 그들한테는 미지의 탐험 장소다. 유치원이 끝나면 마을을 탐험하고 사건을 해결하고 저녁에는 집으로 돌아가는 사이클을 반복하는게 게임의 흐름. 메인 스토리를 따라가는 거라면야 간단하지만 본편과는 관계없는 곳에서도 이벤트가 발생한다든지 계절에 따라 마을 주민한테서 다른 얘기를 들을 수 있는 등 돌아다니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 집에 있는 싱크대 하나에 주목하면 "아이가 돕기 위한 발판이 있구나. 나도 본받아야지." "삼각코너에 티백이 많네. 차를 좋아하는구나." 등 집집마다 전혀 다른 제논의 감상이 준비되어 있다. 한번 간 중요한 장소는 특기인 [기차놀이]로 언제든지 갈 수 있으므로 불필요하게 걸어다녀야 할 스트레스도 없다.
이야기 하나하나는 알기쉬운 권선징악이지만 거기엔 제작자의 강한 메시지를 담겨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각 사건에 대해서 아이들은 어떻게 느낄까, 플레이어인 당신은 어떻게 느낄까. 동심으로 돌아가서 대모험을 즐기는 한편으로 성장한 사람의 입장에선 생각할게 있는 깊이 있는 작품이다.
주인공은 갱의 일원인 쥬드. 오카마다. 그(그녀?)는 최근 리사라는 금발의 여인을 따라다니고 있다. 리사와 관련된 후로는 그는 이따금 과거를 회상하게 되었다. 오카마가 되기 전 아내였던 리타. 리타는 임신하고 있었는데 그 아이가 성장했다면 지금쯤은...? 쥬드는 리사의 정체를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리사로 인해 쥬드는 조직으로부터 배신했다는 의혹을 사고 만다. 대체 리사의 목적은? 그 정체는?
이 게임은 어째 [쯔꾸르 답지 않다]. 필드는 사진에서 보다시피 수평이동 방식으로 마치 무대극이나 영화를 방불케한다. 난잡하게 붙은 포스터. 낙서투성이 벽 등 갱단이 배회하는 뒷골목 분위기는 확실하다. 자주 삽입되는 회상 장면이나 독백의 대사력, 심상 등 모든 게 세련된 감각으로 넘쳐난다.
전투 시스템 또한 독자적이다. 갱답게 위험한 무기를 다루는데 권총이면 중거리. 톤파일 경우엔 근거리. 스나이퍼 라이플이면 원거리 등 무기마다 특별한 [틈]이 존재한다. 적의 공격을 피하거나 자신의 공격을 맞추는 등 그 전술이 실로 뜨겁기도 하다.
그런 하드보일드 일변도 분위기로 보여도 오카마 말투의 쥬드나 체취를 신경쓰는 남자 보리스, [베티쨩]이라는 사람을 각별히 사랑하는 갱의 보스 등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묘하게 만들어주고 슈르 개그 테이스트도 느껴진다. 고를지는 모르겠지만 이 진함을 한번 맛 봤으면 좋겠다.
도둑질이 허용되는 마을 미스트. 왜냐하면 그곳은 도적에 의한, 도적을 위한 마을이기 때문이다. 주인공 망국의 왕자 레트도 자유로운 도적의 삶을 동경하여 미스트에 온 사람 중 한명이다. 어엿한 도적이 되고자 마을에서 도적 강좌를 받는 것이 목적이다.
게임의 최대 특징은 뭐니뭐니해도 [소매치기]라 할 수 있겠다. 게임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사람한테서 아이템이나 돈을 훔칠 수 있다. 소매치기 외에는 돈을 구할 방법이 드물다. 도둑강좌의 수강료를 내기 위해 마을 사람한테서 아이한테서, 강사한테서 돈을 마구마구 훔치는 것이다. 경험을 쌓음으로 보다 어려운 상대를 대상으로 도둑질에 성공하게 된다. 도둑질 당한 걸 안 상대의 대사도 재밌다.
스토리는 강좌 수강료를 입금함으로 단계적으로 나아간다. 주요 줄거리만 따질 경우 4시간 정도 플레이하면 끝낼 수 있지만 어느 시기 훔칠 수 밖에 없는 아이템이나 행동에 의해 바뀌는 스토리, 2종류의 엔딩 등 한번 플레이하는 것만으로는 모든 이벤트를 다 볼 수 없을 정도로 볼륨이 있는 작품이다.
입만 잘 터는 사람이나 전직 해적, 결혼예정 커플 등 미스트 주민들도 개성이 풍부하다. 스토리 진행 상황에 따라 대화 내용이 바뀌거나 하는 건 당연하며 특정 서브 이벤트를 통해 처음으로 알아낼 수 있는 캐릭터의 뒷설정등이 마련되어 있으니 플레이하면 하면 할수록 많은 캐릭터들에게 애착이 생긴다. 도둑질을 테마로 하면서도 사랑스런 하트워밍 세계인 셈이다.
조금은 우유부단한 청년 아레이드와 소꿉친구이면서 망국의 공주이기도 한 티나. 교회 성술사인 두 사람이 제국 지배하에 떨어진 고향으로 조사 여행에 나선다는 RPG. 예전에 살았던 왕국령에서 두 사람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느끼는가? 기본적으로 진지한 시나리오이면서 코믹하고 훈훈한 씬도 많은 등 친근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수의 등장인물들의 심정을 섬세히 묘사하여 이야기는 산뜻하게 마무리 짓는다.
시스템 측면에서는 독특한 성장 시스템이 눈길을 끈다. 상투적인 [경험치]나 [레벨]과 같은 개념이 아니라 모든 장소에 숨겨진 [칩]을 손에 넣고 그걸 HP나 기술의 위력 등의 스테이터스에 포인트처럼 할당하는 것이다. 게다가 자유로이 되돌릴수도 있기 때문에 대치하는 적에 맞춰 전략을 짜는 재미도 있다. 칩은 어느 곳에서든 입수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보여도 손이 닿지 않는 상태에 놓인지라 다소 머리를 짜내지 않으면 입수하기 어렵다. 그런 칩을 모은다는 자체도 이 게임의 커다란 매력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또한 각 이벤트에 그려진 힘이 들어간 그래픽도 필견. 등장인물들의 표정이나 심정을 직접적으로 플레이어에게 전해주며 이야기를 고조시켜준다. 꽤 개성이 넘치는 쯔꾸르 작품으로 눈에 띄는 가운데, 본작은 플레이 후 여운도 기분 나쁘지 않은 정통파다. 시나리오, 캐릭터, 시스템과 게임에 필요한 다양한 요소가 높은 수준으로 만들어진 수작이다.